오늘 포스팅은 지난주에 정리했어야 하는 내용인데, 일주일이나 밀려버렸습니다.
지난주에 라디오 방송 원고를 준비하면서 방송 원고 분량이 부족할 것 같아서 고민하던 중에 BMJ에 다른 의학잡지에서 주목할만한 연구 결과를 짤막하게 소개하는 코너에서 눈에 띄는 내용을 봤습니다. 노인의 걸음걸이 속도에 따라서 고혈압의 위험성이 다르다는 연구결과가 눈에 띄었습니다.
노인 고혈압을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하는지 여부는 논란이 있었습니다. 여러 연구에서 노인 고혈압도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사망률과 고혈압으로 말미암은 합병증을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실제로 노인환자를 접하는 의사들은 노인의 고혈압을 적극적으로 치료하면서 좋은 결과를 접하지 못했으니까요.
걸음걸이 속도가 빠른 노인들은 고혈압이 있으면 사망률이 커지지만, 걸음걸이 속도가 느린 노인들은 고혈압이 있어도 사망률이 커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난 이번 연구 결과는 실제 진료 현장과 임상 연구에서 왜 이런 차이가 발생하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진료 현장에서 의사가 접하는 환자들은 주로 전신 상태가 상대적으로 나쁜 노인들입니다. 고혈압 있어도 사망률이 커지지 않는 걸음걸이 속도가 느린 노인이 의사들이 주로 만나게 되는 환자입니다. 의사들이 진료현장에서 주로 접하는 노인은 고혈압 여부가 사망률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때로는 적극적으로 고혈압을 치료할수록 몸 상태가 악화하는 경우도 접하게 됩니다.
이번 연구는 의사가 노인 고혈압을 접했을 때 어떤 사람을 적극적으로 치료할 것인지 구분할 수 있는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했다는 의미가 있습니다만, 과연 이 기준을 가지고 환자를 설득할 수 있을까요?
저도 진료를 보면서 느낀 것이 건강 상태가 좋은(일명 강골인) 노인일수록 고혈압 치료를 거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반대로 몸 상태가 안 좋고 동반 질환이 많은 노인이 적극적으로 고혈압 치료를 원합니다.
이번 연구 결과를 적용하면, 고혈압 치료가 필요한 분들은 고혈압 치료를 거부하는 성향을 보이고, 굳이 고혈압 치료가 필요하지 않은 분들은 고혈압 치료를 원하는 성향일 보이는 것입니다...-.-;(뭐... 이런 현상이 고혈압 치료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은 아니죠...^^)
앞으로는 스스로 강골임을 자랑하면서 고혈압 치료는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고혈압 치료 대상자를 어떻게 설득해야 할 지도 고민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