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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울증 환자, 술 마시면 자살 확률 급증할까?
    Medical/건강 상식 & 뉴스 2008. 10. 8. 00:25

    얼마전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눈길을 끄는 글을 봤습니다. 최진실씨 추모 댓글 중의 하나였던 모양입니다.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우리나라 국민여러분! 소중한 상식을 알려드립니다. 우울증과 조울증의 약은 강력한 진정제를 사용합니다. 이 약을 먹고 과음을 하게 되면 다음날 자살할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자신의 판단력이 문제가 아니라 약으로 인한 부작용이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이 병은 양의학과 한의학을 함께 진찰을 받아봐야합니다. 뇌홀몬 결핍증이나 과다증은 반드시 투약치료를 받아야 하지만, 일반적인 우울증과 조울증의 경우에는 투약을 조심해서 선택을 하여야만 합니다. 결론적으로 다시 말씀드리면, 우울증과 조울증 약을 투약한 후에, 그 날 술을 많이 먹으면 다음날 자살할 확률이 가장 높습니다. 상식입니다. XXXXX XX XXXX XXX, 많은 외국의 유명 연예인들이 이로인해 자살한 것입니다. - 미국 캘리포니아 오랜지카운티 세리토스에서 피터홍 교수 올림.
     
    저는 그냥 읽고 무심코 넘어갔는데, 이 글이 많은 시선을 끌어 모았던 모양입니다. 이 댓글을 올린 사람이 자신의 신분을 밝혔다는 이유로 많은(?) 신뢰를 얻고 이곳 저곳으로 퍼져 나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점점 퍼지더니, 오늘은 몇몇 블로그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그 뿐만 아니라 동아일보 인터넷 사이트에도 "우울증 환자, 술 마시면 자살확률 급증" 제목으로 올라온 것을 확인했습니다.
     
    과연 이 소중한 상식이 사실일까요? 그 부분에 대해서 좀 알아볼까 합니다.
     
    일단 우울증약과 알콜을 같이 먹으면 자살할 확률이 높아지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제 얇팍한 지식으로는 그럴 가능성이 별로 없을 것 같습니다만...)
     
    그래서 Lexi-Comp Drug Interaction이라는 약물 상호작용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사이트를 이용해서 약물 상호작용을 알아봤습니다.
     
    일반적으로 우울증 약물은 중추신경 진정제(CNS Depressant)로 분류되고 그 때의 상호작용은 다음과 같습니다.(일부만 발췌했습니다.)
    • Risk Rating
      C: Monitor therapy
    • Summary
      CNS Depressants may enhance the CNS depressant effect of Alcohol (Ethyl).
      Severity -Moderate
      Onset - Rapid
      Reliability Rating - Excellent
      Patient Management Monitor for increased CNS depression when alcohol is coadministered with other CNS depressants. Caution patients of these effects.
    한마디로 정리하면 알콜이 가지고 있는 진정효과가 더 심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관찰하라" 입니다.

    물론 어떤 약을 먹을 때 알콜을 섭취하는 것은 권장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약 먹을 때에는 술을 먹지 말라고 말하기는 합니다만, 저렇게 언급하는 것은 많은 무리가 있습니다.

    여기서 또 언급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우울증 약물이 자살을 유발하는가?입니다.

    우울증 약물은 꽤 안전한 약물이지만, 우울증 환자들 중에서 자살하는 빈도가 높고 우울증 약물을 복용하고 있는 사람들도 자살을 하는 경우가 있어서 우울증 약물과 자살과의 연관성에 대한 의문이 계속 제기되어 왔던 것이 사실입니다.

    게다가 2004년에는 FDA에서 소아나 청소년의 경우 자살 관념(suicidal idea)이나 자살 행동(suicidal behavior)의 위험성이 증가할 수 있다는 경고문을 표기하도록 하였습니다.
    그리고, 2007년에는 18~24세의 성인도 우울증 약을 복용하고 첫 2달 동안은 자살 관념이나 자살 행동의 위험성이 증가할 수 있다는 경고문을 표기하도록 하였습니다.

    하지만, 그와 더불어서 25세 이상의 성인의 경우는 이런 위험성이 증가하지 않았고, 65세 이상에서는 오히려 이런 위험성이 줄어든다는 것도 같이 언급할 수 있게 했습니다.
    자살의 가장 중요한 원인은 우울증이나 다른 심각한 정신질환 자체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런 경고문이  소아나 청소년, 18~24세의 성인도 위험성 때문에 우울증의 약물 치료를 지연하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런 위험성에 대해서 의사나 환자가 충분히 인지하고, 좀 더 주의를 기울이라는 의미에서 경고문을 표기하라고 하는 것입니다.

    앞으로 연구가 진행되고 추가적인 자료가 모아지면 어떻게 바뀔지 모르겠지만, 현재까지는 복용했는지 복용하지 안았는지도 모르는 우울증 약물의 부작용으로 40세인 최진실씨가 자살할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 같습니다.

    어떤 치료라도 부작용은 있습니다.
    영국에서는 우울증에 운동처방을 권한다고 합니다. 운동은 아무런 부작용이 없을 것 같지만, 운동 중에 발목을 삘 수도 있고, 심장마비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운동 중에 사고를 당할 수도 있습니다. 이 모든 경우가 운동의 부작용입니다.

    부작용의 발생 가능성과 빈도와 치료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을 비교해서 이익이 훨씬 클 때 치료를 선택하는 것입니다.

    좀 주절주절 적었습니다만, 정리를 해보겠습니다.

     

    • 우울증 약을 먹을 때 술을 먹는다고 해서 자살 확률이 급증하는 것은 아니다.
    • 물론 약을 먹을 때 술을 먹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
    • 소아, 청소년의 경우 우울증 약물이 자살 관념(suicidal idea)이나 자살 행동(suicidal behavior)의 위험성이 증가시킬 수 있다.
    • 18~24세의 성인의 경우 우울증 약을 복용하고 첫 2달 동안은 자살 관념이나 자살 행동의 위험성이 증가할 수 있다.
    • 25세 이상의 성인은 우울증 약을 복용하더라도 자살 위험성의 증가는 없다.
    • 최진실씨가 우울증 증상은 있었지만, 약 복용 여부는 잘 모르겠다.
    • 40세의 최진실씨가 우울증 약의 부작용으로 자살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 과연 피터홍 교수의 댓글은 소중한 상식, 위험한 상식, 근거없는 추측 중 무엇일까?

     

     

    추모 댓글로 올라온 소중한(?) 상식으로 얻는 지식 때문에 필요한 우울증 치료가 늦춰지거나 기피되는 일이 없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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