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가을 질병관리본부는 A형 H1N1, A형 H3N2, B형 바이러스를 예방하는 계절 인플루엔자 백신(3가 백신)은 고위험군에 접종을 권장하고, 신종플루라고 불렸던 A형 H1N1 바이러스를 예방하는 백신(1가 백신)은 보건소를 통해 만 19~49세 일반인 중 접종희망자를 대상으로 무료접종한다고 밝혔습니다.
2009 H1N1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예방하는 1가 백신은 유통기한 연장과 재고 처분 목적으로 접종을 권장한다는 논란이 생겨서 여론이 안 좋아지면서 1가 백신 접종을 적극적으로 권하지 못했습니다.
작년 12월부터 독감이 유행하면서 1월 첫 주에는 인플루엔자 치료제 타미플루 재고가 부족해서 처방이 곤란했던 병의원도 있었습니다. 많은 분이 2009 H1N1 인플루엔자 확산과 치료제 부족에 대해 걱정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좀 뒤늦은 고민이기는 하지만, 작년 가을 보건 당국의 독감 예방 접종 권고안을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일단, 미국의 2010~2011년 인플루엔자 예방접종 권고안을 한번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미국 CDC는 이번 인플루엔자 접종 대상자를 고위험군이 아닌 생후 6개월 이상의 모든 사람으로 확대했습니다.
CDC 홈페이지의 설명을 보면 인플루엔자 합병증 발생 위험성이 높은 고위험군과 이런 사람들과 자주 접촉하는 사람들이 기존 접종 대상자인데, 기존 접종 권장 기준을 적용해도 미국인의 85%가 기존 접종 대상자가 된다고 합니다. 기존의 접종 권장 기준을 적용해도 15%의 사람만 접종 대상에서 벗어나는데, 기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와 달리 젊고 건강한 사람들에서도 합병증이 많이 발생하는 2009 H1N1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계속 유행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젊고 건강한 사람들도 합병증의 위험성이 높은 2009 H1N1이 유행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에 접종 대상자를 확대한 것으로 보입니다.
유통기한 연장에 관한 논란도 문제가 되었지만, 안전성 시험을 거친 후에 일반 계절 인플루엔자 백신과 동일한 유효기간으로 변경한 것이고, 작년 12월 이후 독감 발생 현황을 보면 2009 H1N1 바이러스에 의한 독감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젊고 건강한 사람이 중증 증상을 보이는 것을 보면 (희망자에 한해) 만 19~49세의 건강한 성인에게 1가 백신 접종을 권고한 예방접종심의위원회의 결정은 (국내 여건을 고려하면) 적절한 판단이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시간이 지나서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 뒷북치는 것에 불과하겠지만, (저를 포함해서) 의료계 쪽에서도 유통기한을 연장한 2009 H1N1 1가 백신 접종을 권장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 한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저도 뒤늦게 미국 CDC의 인플루엔자 접종 권고안을 확인한 후에 질병관리본부의 '10~'11절기 백신 접종 계획의 타당성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왜 이런 사실을 백신 접종이 활발하게 이루어져야 할 시기에는 이해하지 못 하고, 몇 달이 지난 후에 이해하게 되었는지...-.-; 제가 게으른 탓도 있겠지만, 관련 기관의 홍보 부족도 큰 몫을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필요한 정보를 적절한 시기에 제공해서 오해를 줄일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만드는 요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