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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왕절개로 태어난 아이, 지능이 낮아?
    Medical/떡밥천국 2012. 8. 16. 09:40
    지난주에 제왕절개로 태어난 아이는 지능이 낮다는 뉴스가 보도되어,트친이 몇 명 안 되는 제 트위터 타임라인에 우려의 목소리를 접할 수 있었습니다. 트위터는 원래 흘러가는 것이라서 멍하니 있다가, 뉴스 기사를 접했는데 앞으로 이와 연관된 떡밥이 퍼져나갈 때 사람들이 인용할 수 문헌(?)을 남겨두어야 할 것 같아서 늦었지만, 피드백 포스팅을 작성합니다. 
     
    일단 이런 소문이 퍼지게 된 영국의 데일리메일의 기사 제목을 볼까요. 
    Babies born naturally 'have higher IQs than those delivered by caesarean section' 
    (자연분만으로 태어난 아이가 제왕절개로 태어난 아이보다 IQ 높다)
    제목만 보면 제왕절개가 아닌, 재앙절개입니다...-.-;
     
    연구 결과가 정식으로 발행된 의학잡지의 제목도 확인해보겠습니다.
    (자연분만으로 태어날 때 만들어지는 Ucp2, 해마의 신경분화를 조절하고, 성체의 행동과 연관성 있다.)

    이 연구는 제왕절개와 자연분만으로 태어난 생쥐의 뇌의 해마 부위를 관찰한 실험으로 제왕절개로 태어난 생쥐는 자연분만으로 태어난 생쥐보다 해마 부위의 UCP2(uncoupling protein 2)라는 단백질이 더 적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UCP2 단백질은 저산소 상태에 노출되면 생성되는 단백질로 저산소 상태에서 발생할 수 있는 손상을 막아주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물질입니다. 활성산소 때문에 발생하는 세포 손상을 줄이는 작용을 할 것으로 추측하고 있고, 인위적으로 유전자를 조작해서 UCP2 단백질을 만들지 못하는 생쥐는 행동이 굼뜨고, 공간 기억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번 기사는 "자연분만으로 태어난 쥐와 비교해서 제왕절개로 태어난 쥐는 뇌의 특정 부위의 UCP2가 적으니까, UCP2를 전혀 만들어내지 못하는 쥐처럼 행동이 굼뜨고, 공간 기억력이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상당히 과장된 추측이 기사가 된 것입니다.

    [UCP1은 thermogenin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지방을 이용해서 ATP를 만들지 않고 그냥 체온을 높이는 역할을 수행한다. UCP1은 기초대사량을 높이는 작용을 하는데, 황색지방세포에서 관찰할 수 있다.]

     


    의학잡지에 실린 문구을 인용하면
    It is reasonable to suggest that Ucp2 mRNA induction may be associated with hypoxia/ischemia that accompanies vaginal birth.
    자연분만 과정 중에 발생하는 저산소 상태와 허혈이 UCP2 발현을 촉진하는 것으로 가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자연 분만 중에 생쥐는 저산소 상태와 같은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이로 말미암아 생쥐 뇌의 특정부위의 UCP2 단백질 발현이 일시적으로 촉진되었을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제왕절개로 태어난 쥐는 분만 과정 중에 이런 스트레스가 별로 없었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됩니다.

    게다가 아래와 같은 문구도 볼 수 있습니다. 
    Whether impaired Ucp2 induction by non-natural birth or by chemical interference could have long lasting effects on the functioning of the brain is an intriguing and potentially clinically relevant question.
    자연적이지 못한 분만과정으로 UCP2가 부족한 것이 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의문이다.(간략하게 번역했습니다.)

    뭐... 이런 상태가 정말 지능에 영향을 미칠지는 모르겠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이번 연구에서는 제왕절개로 태어난 생쥐가 태어난 직후의 해마의 UCP2 단백질이 적게 발현된 것만 밝혀진 것이지, 나중에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연구하지 않아서 지능과 연관성을 언급하기에는 큰 무리가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출생 후에 스트레스를 받으면 UCP2는 정상적인 수준으로 늘어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만, 이와 관련된 추가 연구는 연구진이 알아서 진행하겠죠.(몇몇 기사 인터뷰를 보니까, 추가 연구를 계획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저런 기사 제목을 사용하고 싶었다면, 몇 단계의 과정이 더 필요합니다.

    1. 제왕절개로 태어난 쥐의 해마 부위의 UCP2는 태어난 직후뿐만 아니라 계속 적은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2. 어난 이후로 해마 부위의 UCP2가 계속 적은 생쥐는 행동이 굼뜨고, 공간 기억력이 떨어진다.
    3. 이런 연구 결과가 다른 동물에서도 관찰되어야 한다.
    4. 러 동물에서 관찰된 현상이 사람에서도 관찰되어야 하는데, 사람의 뇌 속 UCP2의 양을 측정할 수는 없다는 한계가 있다...-.-;
    5. 인체에 해를 입히지 않고, 사람 뇌 속의 UCP2의 양을 측정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다.
    6. 사람 뇌 속의 UCP2와 지능의 연관성을 입증한다.
    7. 동물에서 나타난 현상과 같은 현상이 사람에서도 관찰되는지 확인한다.
    사실 이런 귀찮은 연구를 진행하지 않아도 좀 더 쉽게 알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제왕절개로 태어난 사람과 자연분만으로 태어난 사람의 지능을 직접 조사하는 것입니다. 사람에게 있어서 UCP2와 지능의 연관성이 얼마나 있는지 알지도 못하는데, 굳이 이렇게 귀찮은 방법을 사용해서 제왕절개와 지능의 연관성을 언급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여하튼 매우 자극적인 이번 기사 제목과 내용은 한마디로 떡밥을 던진 낚시 기사라고 생각합니다. 


    P.S.
    위의 연구를 인용한 기사들을(http://www.plosone.org/annotation/listThread.action?root=53019) 보니까 다들 약간씩 과장된 표현을 사용하고 있고, 몇몇 잡지에서는 '쥐(mice)' 연구라는 것을 제목에 언급하고 있네요. 그래도 역시 패기의 데일리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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