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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로 보는 에이즈 음모론의 폐해Medical/떡밥천국 2013. 6. 5. 15:49
작년부터 "병원을 멀리하고, 의사를 의심하라"는 주장을 하는 분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분은 다양한 주장을 하고 있는데, 그중에는 에이즈 음모론도 있습니다.
이런 음모론은 그분 고유의 주장은 아니고, 한 때 외국에서 유행했던 음모론으로 미국의 유명의학드라마 ER에도 이에 관한 내용이 나옵니다. 12 시즌에서 나오는 부분을 좀 인용하겠습니다.
[응급실을 방문한 엄마와 아들, 아들을 진찰한 의사가 예방접종 여부를 묻지만, 엄마는 예방접종의 안전성과 효과를 믿지 못한다고 대답한다. ⓒ Warner Bros.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아이와 함께 응급실을 방문한 엄마는 아이의 예방접종 여부를 물어보는 질문에 백신의 안전성과 효과를 믿지 않는다고 대답합니다. 의사는 예방접종의 효과에 관해서 이야기하지만, 아이의 엄마는 개인의 선택이라고 단호하게 대답합니다.
[아이의 상태가 안 좋아서 X-ray로 폐상태를 확인해보겠다고 말하지만, 아이 엄마는 검사 없이 치료해달라고 요구한다. ⓒ Warner Bros.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의사는 아이의 산소포화도는 94%로 좀 낮은 수준이고, 폐 소리가 안 좋아서 X-ray로 원인을 알아보고 싶어하지만, 아이의 엄마는 방사선에 노출되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의사는 X-ray 검사는 포기하고, 항생제 치료를 먼저 시작하면서 상태를 관찰하겠다고 이야기합니다. 대신 상태가 악화하면 검사를 진행하겠다고 이야기합니다.
아이의 상태는 나빠지고, x-ray 검사와 혈액 검사를 시행한 결과 면역결핍 상태로 나타납니다. 의사들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면 아이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서 HIV 검사를 해야 한다고 이야기하니까, 아이 엄마가 에이즈는 바이러스에 의한 질병이 아니라 약물, 독소, 대기 오염으로 말미암은 질병일 뿐이고, HIV 바이러스가 에이즈를 유발한다는 것은 제약사의 음모라고 이야기합니다.
아이 엄마는 자신은 HIV 바이러스 보유자일 뿐, 14년 동안 하루도 아픈 적이 없다고 주장하면 HIV 바이러스는 에이즈를 유발하지 않는다고 주장합니다. 아이 엄마는 끝까지 HIV 바이러스를 억제하는 치료는 반대하면서 폐렴 치료만을 요구합니다.
결국, 의료진은 아이를 치료하기 위해서 법원에 요청할 계획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내용은 정리됩니다.(아이의 누나는 이 에피소드에서는 아픈 상태가 아니라서 검사나 치료를 할 수 없을 것이라는 내용도 나옵니다.)
2005년 겨울부터 2006년 봄까지 방영한 ER 12 시즌에 이런 내용이 나온 것을 보면 미국에서는 에이즈 음모론 때문에 검사와 치료를 안 하는 사람이 몇 년 전부터 문제가 되었던 모양입니다.
과연 에이즈가 음모론일까요? 음모론 옹호자의 힘의 미국 드라만 대본까지 영향을 미친 걸까요?
우리나라는 그나마 이런 부분에서는 꽤 조용한 편이었지만, 최근 이런 음모론을 계속 재생산하면서 퍼뜨리는 분의 등장으로 관련 종사자들은 간혹 소식을 접할 때마다 머리가 지끈...-.-;
이와 비슷한 음모론을 강력하게 믿고 있는 분들을 설득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솔직히 저는 이런 분들을 설득할 능력이 없고, 굳이 그런 쪽에 에너지를 낭비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이런 음모론을 접하고 혼란스러워하는 분들이 엉뚱한 선택을 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끝으로 아프리카 스와지랜드의 카풍아 진료소에서 근무하셨던 분의 블로그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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