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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에도 샛길이 있다.Medical/건강 상식 & 뉴스 2008. 7. 2. 14:16
오늘은 일단 그림부터 보고 지나가겠습니다...^^
[비포장인 좁은 샛길로 굳이 갈 필요가 없다.]
A라는 잘 포장된 도로가 있고, B라는 샛길이 있네요. 당연히 대부분의 차량은 A라는 길로 주행을 할 것입니다. 물론, A 도로가 많이 정체되어 있으면 B 도로를 이용하는 차량이 늘어날 것입니다.
이런 도로 상황이 건강과 어떤 연관성이 있기에 이렇게 시작을 할까요? 오늘 이야기할 것은 타이레놀입니다. 두통약으로 잘 알려진 타이레놀은 간독성이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술도 당연히 간에 안 좋다는 것에 대해서도 많이 알고 있지요.그래서 술 먹은 다음 날 두통약으로 타이레놀을 먹으면 "매우" 몸에 안 좋을 것 이라고 생각합니다.(그렇게 이야기를 많이 듣고 계실 것이고, 인터넷에서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그럼 타이레놀의 간독성에 대해서 좀 알아보겠습니다.
타이레놀은 간에서 대사됩니다.
① 타이레놀의 90%는 간에서 sulfate와 glucuronide라는 물질과 결합해서 소변으로 배출됩니다.
② 남은 10% 중에서 절반(전체의 5%)는 그냥 변화없이 원래 성분(acetaminophen)으로 소변으로 배출됩니다.
③ 최후의 5%는 간 효소 중 cytochrome P450이라는 녀석에서 걸려서 보기에도 무섭게 생긴 NAPQI라는 물질이 됩니다. 이 물질은 간독성을 보이는 물질입니다.
④ 다행히 이 무서운 물질은 glutathione이라는 녀석과 잽싸게 결합하게 되면 독성이 사라지게 됩니다. 그리고, 역시 소변으로 배출됩니다.
타이레놀은 간에 독성을 보일 수있는 가능성이 있는 물질이지만, 다행히 우리 몸이 알아서 안전하게 처리합니다.
도로 그림과 타이레놀 대사 과정을 비교해 볼까요.
그럼 어떤 경우에 타이레놀이 간독성을 보일까요?
1) 과량의 타이레놀을 복용하는 경우
타이레놀은 하루에 4g까지 복용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 이상의 양을 복용하면 정상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양이 넘어가기 때문에 독성물질을 다 처리하지 못 할 수 있습니다.
A도로에 차량이 많이 몰려 있으면 어쩔 수 없이 샛길로 가는 차량이 늘어날 것 입니다.
2) 해독 물질이 모자라는 경우
위 그림에서 보듯이 sulfate, glucuronide가 모자라면 ①번 과정이 제대로 잘 작동 못 하게 될 것이니까, ③번 과정에서 많이 처리하게 될 것이고, 그럼 간 독성을 보이는 NAPQI라는 물질이 많이 만들어질 것입니다. 다행히, glutathione이라는 녀석이 풍부하면 무독성으로 전환시킬 수 있겠지만, 모자라면 간독성을 보일 수 밖에 없겠지요.
3) 타이레놀을 독성물질로 전환시키는 효소가 활성화되어 있는 경우
한 마디로 말해서 샛길인 B도로가 넓어진 상태입니다.[넓어진 샛길을 보면 괜히 가고 싶어지지 않을까?]
이렇게 되면 B도로를 이용하는 차량이 늘어날 것 같습니다. 이런 경우를 타이레놀의 대사과정으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겠군요.
샛길인 ③코스가 활성화 되어 있어서 유독성 NAPQI 물질이 많이 만들어졌습니다. 다행히 ④번 과정을 통해서 무독성으로 전화된 경우는 괜찮겠지만, ⑤번 과정처럼 처리하지 못 하면 유독성 물질이 간 독성을 보일 것입니다.
그럼 술은 타이레놀 간 독성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술을 만성적으로 마시면 cytochrome P450이라는 효소가 늘어납니다. 이 효소가 늘어나면서 술의 분해 능력이 좀 좋아집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술은 마실수록 늘어난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타이레놀 입장에서 보면 샛길이 넓어지는 것입니다. 또한 만성적인 음주는 간의 해독 물질을 고갈시킵니다.[샛길은 넓어지고, 해독물질은 줄어들어서 간독성 물질의 양이 늘어났다.]
이런 일련의 과정으로 인해서 만성적인 음주를 하는 분들에게는 타이레놀이 안 좋을 것 같습니다만...
실제로는 만성적인 음주를 하는 분들이라도, 정상적인 용량의 타이레놀은 별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만성적인 음주를 하면서, 타이레놀을 자주 많이 복용하는 분들은 간독성의 위험성을 높이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또한, 1회성 음주는 타이레놀의 간독성을 높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타이레놀을 독성물질로 전환시키는 효소들이 열심히 알콜을 분해하느라 타이레놀을 신경쓰지 못 하기 때문에 타이레놀은 독성물질로 전환되지 못 합니다.(샛길이 막혀 있으니까 그냥 앞으로 전진하는 수밖에 없지요...^^)
그럼, 슬슬 내용을 정리해보겠습니다.(1) 과다한 음주는 타이레놀로 인한 간독성의 위험성을 높일 수 있다.
과다한 음주의 기준은 하루 3잔... -.-;
(2) 타이레놀의 간독성을 높이는 물질은 술이 전부가 아니다.
샛길을 넓게 만드는 물질은 술, 간질약, 결핵약 등이 있습니다. 평소에 복용하는 약이 있는 분은 언제나 약물 상호 작용 여부를 물어봐야 합니다.
(3) 한 두번 술 마시고 먹는 타이레놀은 별 문제가 없다.
(4) 술을 자주 먹는 사람이라도 한 두번 먹는 타이레놀은 별 문제가 없다.
술 먹은 다음 날 두통에 타이레놀을 먹으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원래 숙취를 해소시키는 두통약은 없습니다. 다만, 평소에 두통이 있던 분들은 술을 마시면 두통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는 술로 인한 두통이 아닌 평소의 두통을 술이 유도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평소에 두통이 있을 때 타이레놀이 효과를 보였던 분들은 간에 문제가 생길 것이 두려워서 두통을 참을 필요가 없이, 타이레놀을 드시면 됩니다.
P.S.
이렇게 적어 놓고 보니까 약 광고를 하는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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